이번달 중순, 을지로 골목의 철공소들 사이에 자리한 갤러리 N/A에서 한지형 작가의 첫번째 개인전 <identi-kit>이 열렸다. 가상환경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미래의 형상을 탐구하며 그림을 그리는 작가 한지형은 이번 전시에서 'identi-kit'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의 스타트업 회사의 쇼룸을 구현했다. 작가는 본 전시에서 신체라는 사회 구조적인 모델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다루고 있으며 '개인'을 대여, 차용하는 공유 경제 시스템과 협력 구조를 통해 운영되는 새로운 SNS 모델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이미지를 호명하며 다양한 굴절과 반사의 필터를 거쳐 제작되는 추상적 형상으로 미래의 비주얼을 제안했다.
라라앤은 10월 어플과 새로운 공간 LaLaLab의 오픈을 맞이하며 한지형 작가에게 이번달 전시 추천을 요청했고, 작가는 이에 회와와 설치 및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전시들을 선정해 돌아왔다. 아래에서 작가가 직접 적은 추천사와 수집한 이미지들을 함께 감상해보도록 하자.
한지형 작가의 추천 전시
첫번째,

최태윤과 현업자들 <<시-코드-실>>
아트선재센터 2층
10월 14일 – 12월 12일
<시-코드-실>은 컴퓨터 코드와 직물의 역사 및 사회적 기능과 의미의 연관성을 탐구하고 이를 시적으로 재해석한 전시입니다. 본 전시는 직물과 코딩이 역사적으로 공유하는 수공예와 자동화, 공식과 실험, 기술과 표현을 포함한 다양한 관심사를 기반으로 하여 이를 바탕으로 기술이 폭력과 배제, 자본주의적 방향으로 인식되고 통제를 목적으로 사용됐던 기존의 방식에 전환을 시도합니다. 최태윤과 다수의 협업자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창작 생태계이자 결과물들이 전시장의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요, 사운드 아티스트 크리스틴 선 킴과의 협업 <미래 보증>은 청각장애인이 바라는 미래의 기술과 윤리적인 지침을 제시하며 뉴욕, 샌프란시스코, 한국의 협업자들과 진행 중인 <분산된 돌봄의 웹>은 지역 기반 P2P 웹의 가능성을 제안합니다. 다양한 매체와 협업의 기록은 최태윤의 페인팅, 드로잉, 글 등 개인 작업과 연결되어 돌봄의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거나 행하는 것들을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다시 학습하는 언러닝의 실천 맥락에서 시적 연산을 연구해온 최태윤은 이번 전시에서 코딩, 직물, 시를 돌봄의 관점에서 풀어내며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합니다. 대화, 사색, 이해, 참여, 행동, 책임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상호지원의 생태를 뜻하는 ‘돌봄’의 기술은 우리가 서로를 돌보기 위해 가져야 할 논점을 제시하고 다양한 사유의 질문을 던집니다. 최태윤의 드로잉과 텍스트에서 발견되는 섬세한 표현을 하나씩 짚어가는 여정을 통해 그의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솟아나는 전시였습니다. 전시장에 펼쳐진 실 하나하나가 엮어지며 직조되는 정보는 우리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기 위함과 동시에 관계의 시작과 유지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실패들 속에서 스스로의 촘촘한 윤곽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해나가야 할 노력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했습니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어휘가 엮어지며 만들어지는 정보를 살펴보며 서로를 보살피는 부드러운 직물을 짜내는 과정을 살펴보면 좋은 전시입니다.



작가의 추천 전시
두번째,

이건 프란츠 (Egan Frantz) ‘Not Enough Words’
파운드리 서울
10월 7일 - 12월 19일
파운드리 서울은 뉴욕 기반의 미국 작가 이건 프란츠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을 개최하였습니다. 제목인 ‘Not Enough Words’에서 드러나듯이, 이번 전시는 언어의 틀 안에 모두 담아낼 수 없는 현상의 본질을 포착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탐구해 온 작가의 여정을 43점의 작품을 통해 소개합니다. “다만 회화가 우리를 이끌어가는 곳” 을 향해 걸어가는 이건 프란츠의 치열한 사유와 여정을 바라볼 수 있는 전시였는데요. 그가 몰두하고 있는 과감한 색채의 추상 회화와 인스톨레이션 작업이 파운드리 서울의 공간과 잘 섞여져 설치되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하 2층부터 1층까지 올라가는 길고 커다란 벽면에 설치된 회화 연작들은 캔버스 하나하나가 지닌 색상의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배열을 통해 공간을 강화하고 각자의 리듬과 사이사이의 간격, 색 구조를 돋보이게 합니다. 커다란 추상 회화 안에서 작가가 사용한 다양한 매체와 재료, 기법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전시였고, 문자 언어를 뛰어넘으며 경험하게 되는 미적 체험의 표현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거쳐온 변모의 단계를 짚어가면서 작품 속 모티프들의 연결과 암시, 반복되고 변주되는 규칙들을 찾아가며 관람하는 재미가 있는 전시입니다. 최근 한남동 일대에 좋은 전시 공간들이 많이 생겼는데요, 미처 소개하지 못한 타데우스 로팍 서울과 갤러리 바톤, vsf의 전시도 함께 관람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 추천 전시
세번째,

수퍼 파인: 가벼운 사진술
일민미술관 1,2전시실
10월 1일 – 10월 24일
저는 줄곧 스냅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 화질 설정 중에서 ‘수퍼 파인’을 선택해 촬영해 왔는데요, 그래서인지 친근하게 다가온 제목을 지닌 <수퍼 파인: 가벼운 사진술>은 그 단어 그대로 매우 좋고, 양질의 빼어난 특성과 통시에 가벼움을 동시에 함축하는 전시였습니다. 이미지의 속도와 가벼움이 가진 감각으로 대체되는 오늘날 사진의 특성은 그와 동시에 무거움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전시장은 스냅 사진부터 포토 콜라주, 무빙이미지와 설치까지 사진이 물질적으로 보여지는 다양한 형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를 통해 진공 상태처럼 펼쳐진 이미지들의 표면은 규격과 부피, 표면의 물리적 감각, 해상도와 디테일과 같은 흔적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전시에는 9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각기 다른 작업을 통해 사진의 다채로움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이미지와 현실의 관계를 전제로 바라보면서도 사진의 재현에서 ‘찍는’ 행위보다 ‘읽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이미지 해석을 시도하는 재미를 발견하였고 외부 대상을 지시하는 이미지의 관계가 내면화된 무언가로 대체되는 오늘날의 사진이란 무엇인가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기호가 넘쳐나는 세계에서 사물의 실제 외양을 복제하는 사진의 능력은 지금의 날에서 어떤 지위를 점유하고 있을까요? 디지털 기술이 사진에 가져온 주요 변화를 살펴보고 사진의 이동 경로와 실천의 영역을 살펴보며 관람하면 더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지형 작가의 전시소식,

한지형 작가의 전시는 10월 말일인 31일 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더 많은 정보를 알고싶다면 하단의 버튼을 클릭.
Identi-kit : 한지형
이번달 중순, 을지로 골목의 철공소들 사이에 자리한 갤러리 N/A에서 한지형 작가의 첫번째 개인전 <identi-kit>이 열렸다. 가상환경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미래의 형상을 탐구하며 그림을 그리는 작가 한지형은 이번 전시에서 'identi-kit'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의 스타트업 회사의 쇼룸을 구현했다. 작가는 본 전시에서 신체라는 사회 구조적인 모델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다루고 있으며 '개인'을 대여, 차용하는 공유 경제 시스템과 협력 구조를 통해 운영되는 새로운 SNS 모델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이미지를 호명하며 다양한 굴절과 반사의 필터를 거쳐 제작되는 추상적 형상으로 미래의 비주얼을 제안했다.
라라앤은 10월 어플과 새로운 공간 LaLaLab의 오픈을 맞이하며 한지형 작가에게 이번달 전시 추천을 요청했고, 작가는 이에 회와와 설치 및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전시들을 선정해 돌아왔다. 아래에서 작가가 직접 적은 추천사와 수집한 이미지들을 함께 감상해보도록 하자.
한지형 작가의 추천 전시
첫번째,
최태윤과 현업자들 <<시-코드-실>>
아트선재센터 2층
10월 14일 – 12월 12일
<시-코드-실>은 컴퓨터 코드와 직물의 역사 및 사회적 기능과 의미의 연관성을 탐구하고 이를 시적으로 재해석한 전시입니다. 본 전시는 직물과 코딩이 역사적으로 공유하는 수공예와 자동화, 공식과 실험, 기술과 표현을 포함한 다양한 관심사를 기반으로 하여 이를 바탕으로 기술이 폭력과 배제, 자본주의적 방향으로 인식되고 통제를 목적으로 사용됐던 기존의 방식에 전환을 시도합니다. 최태윤과 다수의 협업자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창작 생태계이자 결과물들이 전시장의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요, 사운드 아티스트 크리스틴 선 킴과의 협업 <미래 보증>은 청각장애인이 바라는 미래의 기술과 윤리적인 지침을 제시하며 뉴욕, 샌프란시스코, 한국의 협업자들과 진행 중인 <분산된 돌봄의 웹>은 지역 기반 P2P 웹의 가능성을 제안합니다. 다양한 매체와 협업의 기록은 최태윤의 페인팅, 드로잉, 글 등 개인 작업과 연결되어 돌봄의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거나 행하는 것들을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다시 학습하는 언러닝의 실천 맥락에서 시적 연산을 연구해온 최태윤은 이번 전시에서 코딩, 직물, 시를 돌봄의 관점에서 풀어내며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합니다. 대화, 사색, 이해, 참여, 행동, 책임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상호지원의 생태를 뜻하는 ‘돌봄’의 기술은 우리가 서로를 돌보기 위해 가져야 할 논점을 제시하고 다양한 사유의 질문을 던집니다. 최태윤의 드로잉과 텍스트에서 발견되는 섬세한 표현을 하나씩 짚어가는 여정을 통해 그의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솟아나는 전시였습니다. 전시장에 펼쳐진 실 하나하나가 엮어지며 직조되는 정보는 우리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기 위함과 동시에 관계의 시작과 유지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실패들 속에서 스스로의 촘촘한 윤곽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해나가야 할 노력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했습니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어휘가 엮어지며 만들어지는 정보를 살펴보며 서로를 보살피는 부드러운 직물을 짜내는 과정을 살펴보면 좋은 전시입니다.
작가의 추천 전시
두번째,
이건 프란츠 (Egan Frantz) ‘Not Enough Words’
파운드리 서울
10월 7일 - 12월 19일
파운드리 서울은 뉴욕 기반의 미국 작가 이건 프란츠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을 개최하였습니다. 제목인 ‘Not Enough Words’에서 드러나듯이, 이번 전시는 언어의 틀 안에 모두 담아낼 수 없는 현상의 본질을 포착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탐구해 온 작가의 여정을 43점의 작품을 통해 소개합니다. “다만 회화가 우리를 이끌어가는 곳” 을 향해 걸어가는 이건 프란츠의 치열한 사유와 여정을 바라볼 수 있는 전시였는데요. 그가 몰두하고 있는 과감한 색채의 추상 회화와 인스톨레이션 작업이 파운드리 서울의 공간과 잘 섞여져 설치되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하 2층부터 1층까지 올라가는 길고 커다란 벽면에 설치된 회화 연작들은 캔버스 하나하나가 지닌 색상의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배열을 통해 공간을 강화하고 각자의 리듬과 사이사이의 간격, 색 구조를 돋보이게 합니다. 커다란 추상 회화 안에서 작가가 사용한 다양한 매체와 재료, 기법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전시였고, 문자 언어를 뛰어넘으며 경험하게 되는 미적 체험의 표현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거쳐온 변모의 단계를 짚어가면서 작품 속 모티프들의 연결과 암시, 반복되고 변주되는 규칙들을 찾아가며 관람하는 재미가 있는 전시입니다. 최근 한남동 일대에 좋은 전시 공간들이 많이 생겼는데요, 미처 소개하지 못한 타데우스 로팍 서울과 갤러리 바톤, vsf의 전시도 함께 관람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 추천 전시
세번째,
수퍼 파인: 가벼운 사진술
일민미술관 1,2전시실
10월 1일 – 10월 24일
저는 줄곧 스냅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 화질 설정 중에서 ‘수퍼 파인’을 선택해 촬영해 왔는데요, 그래서인지 친근하게 다가온 제목을 지닌 <수퍼 파인: 가벼운 사진술>은 그 단어 그대로 매우 좋고, 양질의 빼어난 특성과 통시에 가벼움을 동시에 함축하는 전시였습니다. 이미지의 속도와 가벼움이 가진 감각으로 대체되는 오늘날 사진의 특성은 그와 동시에 무거움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전시장은 스냅 사진부터 포토 콜라주, 무빙이미지와 설치까지 사진이 물질적으로 보여지는 다양한 형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를 통해 진공 상태처럼 펼쳐진 이미지들의 표면은 규격과 부피, 표면의 물리적 감각, 해상도와 디테일과 같은 흔적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전시에는 9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각기 다른 작업을 통해 사진의 다채로움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이미지와 현실의 관계를 전제로 바라보면서도 사진의 재현에서 ‘찍는’ 행위보다 ‘읽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이미지 해석을 시도하는 재미를 발견하였고 외부 대상을 지시하는 이미지의 관계가 내면화된 무언가로 대체되는 오늘날의 사진이란 무엇인가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기호가 넘쳐나는 세계에서 사물의 실제 외양을 복제하는 사진의 능력은 지금의 날에서 어떤 지위를 점유하고 있을까요? 디지털 기술이 사진에 가져온 주요 변화를 살펴보고 사진의 이동 경로와 실천의 영역을 살펴보며 관람하면 더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지형 작가의 전시소식,
한지형 작가의 전시는 10월 말일인 31일 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더 많은 정보를 알고싶다면 하단의 버튼을 클릭.
Identi-kit : 한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