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이주희 큐레이터의 전시 추천 <장- 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은 ‘유리 구슬 조각’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으로 작가가 최근 10여 년 동안 발전시킨 조각, 설치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오토니엘은 1980년대 후반부터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권의 관습, 신화적 상상력 등을 엮어 작가만의 섬세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오토니엘은 1997년 베니스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에서 정원의 나무에 작은 유리 조각 작품을 설치한 이래 2000년 파리 지하철 개통 100주년을 기념해 팔레 루아얄-루브르 박물관역에 지하철 입구로 제작한 〈야행자들의 키오스크〉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나는 미술관을 나서서 거리로 나가는 비전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는 오토니엘의 세계는 대중의 삶과 자연, 역사와 건축이 어우러진 공공 공간에 조응하며 이들을 연결하는 매듭 같은 형태로 전개된다. 


이번 전시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은 이러한 오토니엘의 공공 야외 설치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서울시립미술관과 야외조각공원, 그리고 덕수궁에서 전개됨으로써 다양한 공간과 대중에 접근한다. 제목인 “정원과 정원”은 실제 복수의 전시 장소를 지칭하면서 동시에 작품을 거쳐 마음에 맺히는 사유의 정원을 포괄한다. 어린 시절부터 각양각색의 꽃과 그에 얽힌 신화에 매료되었던 오토니엘에게 정원은 환상의 세계를 꿈꾸는 마법의 공간이자, 끝없는 영감이 떠오르는 숨겨진 보물창고 같은 공간이다. 오토니엘은 정원에 대한 이러한 열망을 반영해 특별히 서울시립미술관과 인접한 덕수궁을 자신의 마법을 펼쳐 보일 공간으로 선택하였다. 덕수궁의 연못에 설치된 황금색 조각들은 주변 풍경에 마법을 걸어 새로운 시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그것을 바라보는 이에게 시적 사색의 배경을 제공한다. 


덕수궁에 이어 본격적인 전시를 선보이는 서울시립미술관에 들어서면 미술관 정면의 야외조각공원에서 〈황금 목걸이〉가 초록 잎 사이로 모습을 드려내며, 미술관 입구 양쪽에 서있는 은색 조각들이 수호자처럼 관람객을 맞이한다. 미술관 전시실로 들어서면 〈루브르의 장미〉 회화 연작과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자두꽃〉 회화 연작을 만나게 된다. 이어 중앙의 전시 공간에서는 파란색 유리벽돌 7,000여 개로 구성된 〈푸른 강〉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압도감을 선사한다. 〈푸른 강〉 위에는 매듭 형태의 작품 14점이 설치되어 이동하는 시점에 따라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며, 벽면에는 유리 벽돌로 만들어진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이 다채로운 빛을 뿜어낸다. 전시의 후반부에서는 작은 동굴 형태의 〈아고라〉를 통해 팬데믹 이후 더욱 소중해진 만남과 공유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어 직관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표현한 작업 〈오라클〉로 전시를 마무리한다. 

영롱하게 빛나는 오토니엘의 작품은 언뜻 아름답기만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 대화의 시간을 보낸다면 그 아름다움 이면에 불안과 상처, 고통 등이 공존함을 알 수 있다. 수공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유리의 흔적은 구슬 하나만 보았을 때는 흠집으로 보이지만 여러 개의 구슬이 꿰어져 완성된 하나의 목걸이에서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아름다움이 상처를 통해 더욱 빛나듯, 모든 상반된 가치, 속성은 동시에 존재하며 마치 주변을 비추는 은색 구슬들처럼 서로가 서로를 의지한다. 정원의 자연에서 새로운 생명은 죽음에서 양분을 얻어 소생하며, 인간의 삶 역시 고통의 과정이 역설적으로 희망을 당겨온다. 오토니엘은 정원이 품고 있는 이 같은 우주의 비밀과 경이, 환희, 매혹을 작품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관람객 역시 현실의 불안, 상처, 고통을 마주하고 다시 세상에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꿈꾸길 바란다. 


이번 전시는 제가 기대를 엄청 하고 간 전시인 만큼 기대이상인 전시이다.

입구에는 전시의 <자두꽃> 작품이 있다.

〈루브르의 장미〉는 2019년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개장 3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위해 장-미셸 오토니엘은 약 2년간 루브르박물관의 소장품을 살펴보며, 박물관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꽃을 찾았다. 오토니엘은 루브르의 소장품 가운데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마리 드 메디치와 앙리 4세의 대리 결혼식〉이란 작품에서 화면 정중앙 하단 인물의 발밑에 떨어진 장미를 포착했다. 이 붉은색 장미는 열정과 권력, 승리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죽음보다 강력한 여왕의 사랑과 운명,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오토니엘은 이 장미에서 받은 영감을 백금박을 칠한 캔버스에 검정 잉크를 사용해 무한한 힘으로 가득 찬 추상적인 형태로 그려내고 있다. 현대미술 작가의 전시를 거의 하지 않는 루브르박물관이 오토니엘의 전시가 끝나고 일부 작품을 영구 소장하면서, 〈루브르의 장미〉는 작가에게 더욱 특별한 작품이 되었다. 

한편 오토니엘은 이번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위해 〈루브르의 장미〉를 변형시킨 〈자두꽃〉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자두꽃〉은 덕수궁 내 건축물에 사용된 오얏꽃 문양에서 착안한 것으로, 오얏꽃은 자두꽃의 고어이다. 오토니엘의 〈자두꽃〉은 꽃잎을 표현하는 붉은색과, 꽃가루를 표현하는 노란색 두 가지로 그려졌다. 작품 가운데서도 삼면제단화 형식으로 그려진 〈자두꽃〉은 화면에 걸쳐 황금빛 노란색이 흐르며 마치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흩어지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오토니엘은 〈자두꽃〉을 통해 덕수궁에 스민 한국적 정서를 이해하는 동시에 관람객에게 자두꽃이 상징하는 생명력, 저항, 끈기, 부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철판에 페인트로 작업한 작품들을 지나가면 유리벽돌로 된 작품이 나온다.

코너를 도는 순간 너무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한 동안 가만히 와,,, 이말 밖에는 안나오던 작품이다. 

어두움 조명으로 인한 반짝임이 극대화 되고 그 강렬한 첫인상을 줄 수 있기에 작품이 더 웅장하게 다가 올 수 있던것 같다.

작품 위에 조명을 잘 배치해서 더 작품을 다양한 시선에서 그림자를 바라 볼 수 있어서 인상 깊었던거 같다. 


다음은 내가 이 전시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로 꼽는 공간이자 작품이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매듭이 되나 가까이 가면 흠집도 보이는 불완전한 구슬이다. 찬찬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서 한없이 투영되는 내 자신을 볼 수 있다. 

그 구슬 속에 비친 나는 어떻게 보일까 한참 동안 들여다 보게 되었다. 

 거울 유리를 재료로 하여 매듭 형상으로 만들어진 이들 조각은 작품의 표면에 무한 반복되는 이미지의 상을 만들어내며 ‘상호작용’과 ‘무한’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구슬 하나의 표면에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모습과 주변의 풍경이 비치고, 이는 또 다시 다른 구슬에 반사되면서 무수히 반복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서로 반사하며 이미지가 무한히 반복되는 이러한 상황은 불교의 ‘인드라망’의 개념과도 닿아 있는데, 인드라망은 하늘 위 높은 곳 인드라신의 궁전 지붕 위를 덮고 있는 그물망을 의미한다. 복잡한 그물 형상의 인드라망에는 그물코마다 밝은 보배 구슬 장식이 달려 있는데, 각각의 구슬은 무한한 반사를 거듭하며 전 우주를 담아낸다. 그리고 그물의 한 코가 출렁이거나 움직이면, 다른 모든 구슬에 그 움직임이 반영된다. 이렇듯 인드라망은 세상 우주의 모든 존재가 거미줄처럼 유기적으로 얽혀있음을 의미하며, 삶과 죽음, 치유와 상처는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일찍이 깨달았던 오토니엘의 작품 세계와도 닿아 있다.



오랜만에 정말 아름다운 설치미술 작품을 보고 온거 같다. 전시장을 빠져나온 후에도 한 동안 멍하니 영롱한 구슬이 머리 속에서 맴 돌았다. 

아름 다운 구슬 속에 비친 나는 어떤 사람인가? 라는 많은 생각을 남기게 해준 이번   <장- 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전시는 적극 추천 한다. 

더운 여름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장-미셸 오토니엘 전시  꼭 보고 오길 바라며 ...





06월 16일부터 08월 07일까지

덕수궁 정원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시실

서울시립미술관 1층 야외조각공원

평일(화-금)

오전 10시-오후 8시


토·일·공휴일

하절기(3-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동절기(11-2월), 오전 10시-오후 6시


문화가 있는 날 운영

마지막 수요일, 오전 10시-오후 10시


입장시간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휴관일                   

매주 월요일 휴관

정기휴관(1. 1)


*본 전시는 별도의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합니다.

*주말에는 입장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